[입장]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입장]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조합원을 판 집행부 vs 대회를 사수한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대회장을 사수하려 30-40분을 절규하며 몸으로 막아냈는데, 문득 뒤를 돌아보니 조합원들이 무대만 바라보고 있었다. 별세계였다.”
11월 9일 전태일 열사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이하 전노대)는 민주노조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전노대로 기록될 것이다. 경찰의 폭력침탈로 처음부터 끝까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대오 중간에 똬리를 튼 경찰과 함께 대회가 시작되었다. 경찰은 지속적인 도발로 대오를 계속 이탈시켰다. 집행부는 경찰에 구두경고를 반복했고 한편으론 조합원들에게 경찰에 대응하지 말고 앉을 것을 지시하였다. 곳곳에서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대회사수 투쟁으로 부상과 연행이 이어졌다. 타이밍을 놓친 집행부가 뒤늦게 대응을 시도했으나, 이미 대오정비는 불가능했다.
같은 장소, 같은 무대, 같은 마음?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 vs 오직 민주당의 민주노총
민주노총 집행부는 혼란을 예상했음에도, 관례상으로도 전술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계획을 왜 무리하게 강행한 것일까?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도 몰랐던 이야기를 한동훈의 페이스북이 조롱하듯 설명한다. “누가 봐도 ‘민노총+촛불행동+더불어민주당’이 한 날 한 무대에서 ‘원팀’.”
경찰의 침탈 앞에 민주노총 집행부가 보인 전술상의 무기력함은 민주당과 한 몸이 되려는 잘못된 전략에서 출발한다. 공공, 금속, 화섬의 사전대회에도 내주지 못한다던 전노대 장소는 본 대회 이후 촛불행동, 민주당 집회로 이어졌다. 이는 민주노총 집행부와의 사전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친민주당 계열 시민단체로 분류되는 ‘촛불행동’은 11월 9일의 3개 집회를 ‘같은 장소, 같은 무대, 같은 마음’이라 홍보했다. 전태일 열사정신을 계승하는 투쟁의 공간이 민주당의 정치서커스 수단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4월 총선에서 보수양당과 결탁한 조직과 전현직 간부를 아직도 징계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전노대까지 민주당에 가져다 바쳤다.
가려면 혼자 가라. 민주노총은 민주당의 들러리가 아니다. 집행부는 민주당의 거수기 노릇을 그만두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도 모르게 조합원을 민주당에 끼워 팔지는 말라! 집행부의 탐욕으로 전태일 열사와 전국노동자대회를 욕보이지 말라! 민주노총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
11월 9일을 돌아보며 전태일 열사의 노동해방 정신이 윤석열 퇴진에만 머무르지 않음을 다시 확인한다. 민주노총은 노동자계급의 주도로 박근혜정권을 몰아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윤석열 퇴진과 사회대전환 역시, 노동자계급의 주도로 만들어 나가자. 전노대를 사수한 조합원이 희망이다. 조합원의 힘으로, 노동자의 이름으로 윤석열 퇴진/체제전환 2025년 정치총파업을 조직하자!
2024년 11월 11일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 이전글 [평등위 논평] 매년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입니다 24.11.18
- 다음글 [감사인사] 2024좌파활동가대회, 수고 많으셨습니다! 2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