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눈으로 세상보기] 노동자 출신 대통령은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펼 수 있을까?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보기]
노동자 출신 대통령은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펼 수 있을까?
지난 6월 24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정부·사용자단체가 참여하는 조선업종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조선소 현장의 열악한 환경과 하도급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보려는 절박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결정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동안 민주노총과 노동계가 왜 정부가 제안하는 ‘사회적 대화’를 거부해 왔는지, 그 이유를 돌이켜보면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나 자본이 말하는 ‘사회적 대화’는 말만 번지르르한 경우가 많았다. 노동자들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 모아놓고는, 결국 “회사가 어려우니 노동자가 조금만 양보해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자”라며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핑계거리로 쓰이기 일쑤였다. 정작 대화가 끝나고 나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같은 칼바람은 노동자들의 몫이었다.
이런 뼈아픈 경험이 있기에 민주노총은 “들러리만 서는 대화는 하지 않겠다”며 거부 기조를 지켜온 것이다. 그런데 노동계의 큰 축인 금속노조가 이번에 대화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결과적으로 정부와 기업들에게 “거봐라, 결국 대화하러 나오지 않느냐”며 면죄부를 줄 수 있는 명분을 쥐여준 꼴이 되었다. 당장의 문제를 풀기 위한 ‘우회로’일 수 있지만, 결국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던 단단한 원칙에 구멍이 난 셈이다.
게다가 지금 정권의 수장은 ‘소년공 출신’으로 유명한 이재명 대통령이다. 우리와 같은 노동자 출신이기에 “이번 정부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대화를 하면 우리 처지를 조금 더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보자. 대통령이 된 이후 보여준 행보 역시 여전히 기업의 이익을 먼저 챙기고, 경제 성장을 핑계로 노동자보다는 자본의 편에 서는 ‘친자본’ 정책들이 가득하다. 아무리 노동자 출신이라 하더라도, 막상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자리에 앉으면 거대한 기업과 자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노동자 출신이니까 잘해주겠지”라는 개인에 대한 기대나, 단순히 노동계 인물 몇 명을 국회나 정부에 보내는 수준의 정치는 결국 우리에게 실망만 안겨줄 뿐이다. 힘을 가진 시스템 속에 들어가는 순간, 개인은 결국 그 시스템의 논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록 힘든 길이지만, 노동자의 권리를 함부로 흔들 수 없도록,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강력한 조직과 정치적 힘을 아래서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러 갈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밥상을 스스로 차릴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주역이 되는 ‘노동자계급의 정치’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지 토론하고 조직해야한다.
지금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인물 한 명에게 기대를 거는 정치가 아니다. 바로 우리 노동자 전체가 하나의 계급으로서 단단하게 뭉쳐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계급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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