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지긋지긋 파견법, 끝장내자 불안정노동

 너무나 오래 걸렸다. 최근 현대모비스, 아사히글라스 확정판결에 이어, 오늘 오전 대법원은 또다시 현대차와 한국지엠 사내하청에 대해 불법파견이라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미 수많은 확정판결로 ‘제조업 생산공정 도급은 불법파견이고, 사내하청 노동자는 이미 모두 정규직으로 간주 내지는 고용되어야 한다’는 상식이 또다시 인정받기까지 너무나 오래 걸렸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권리를 쟁취하고자 ‘투쟁 없이 쟁취없다’는 교훈을 실천해왔던 역사의 한 순간이다.

 지난 2004년 노동부의 현대차 사내하청 127개 업체 9,234개 공정에 대한 불법파견 최초 판정, 2010년 대법원의 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자에 대한 불법파견 최초 확정판결로부터 십수년에서 20년이 흘렀다. 출입증이 아닌 ‘사원증’을 달고 당당한 노동자로 일하는 꿈을 꾸며 세상을 등진 2004년 박일수, 2005년 류기혁, 2013년 윤주형, 박정식 열사 앞에 고개를 숙인다. 살아남기 위해 식칼테러, 구속, 수배, 해고, 손배가압류, 생계위협, 납치, 죽음, 열사투쟁, 삭발, 단식, 고공농성, 노조파괴 등을 감내하며 죽도록 싸워야했던 세월. 말과 글로 다할 수 없는 모진 시련을 견딘 동지들에게 무한한 위로와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또다시 노동자를 갈라치기하며 일부 한국지엠 2차 하청과 현대차 부두이송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 여전히 완성차 공장과 계열사, 부품사 등을 비롯한 생산현장 도처에 비정규직이 넘쳐난다. 불법파견 범죄자는 면죄부를 받으며 이제는 자회사 꼼수고용 등으로 범죄를 은폐한다. 한편 잇따르는 대법원 확정판결의 취지와 다르게 2심에서 패소한 동희오토분회가 최근 대법원 상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100% 비정규직 공장이라는 기이한 특수성으로 인해, 축적되는 기존 판례 취지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동희오토 투쟁을 사회적으로 확장해내야하는 이유이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진성도급과 위장도급, 합법파견과 불법파견, 원청과 하청, 직접과 간접공정, 생산공정과 총무성 업무, 1차와 2~3차 하청, 사내와 사외하청 간 차별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은 여전히 머나먼 꿈에 불과한 것인가? 자본주의 체제가 만든 비정규직 제도, 파견법 철폐는 여전히 불온하고 불가능한 요구인가? 진짜 사장과 제대로 싸우기 위한 노조법 2, 3조 개정 요구는 언제까지 보수양당의 ‘거부권 vs 거부권 거부’ 정치놀음에 희생당해야만 하는가? 지긋지긋한 파견법과 불안정노동을 끝장내는 사회적 연대와 급진적 상상력, 지역과 현장을 가로지르는 실천 투쟁이 절실하다.

2024년 7월 25일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불안정노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