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세 번째 이야기①] 우리가 몰랐던 배달 라이더 노동자 1편
-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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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배달 라이더 노동자
[편집자 주] : 시작에 앞서 <‘우리가 몰랐던 ○○노동자’ 시리즈>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속에 새로운 인사이트는 없는지? 앞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 보기 위해서 기획되었습니다. 따라서 편집자는 편집자의 ‘주장’과 ‘의도’를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 노력하였으며, 인터뷰 내용은 철저하게 인터뷰 당사자 개인의 생각과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그럼 <‘우리가 몰랐던 ○○노동자’ 시리즈> 1편 1화 배달 노동자와의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일주일에 몇 번 배달 음식을 시켜 드시나요? 저는 최소 한번은 배달 음식을 먹는 것 같은데요, 이때 참 아까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배달료인데요, 비슷한 메뉴, 가게라면 최대한 배달료가 없거나 저렴한 곳으로 주문합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런 경험이 한 번씩은 있으실 텐데요, 혹시 여러분이 지출하는 배달료가 어떻게 배달 노동자에게 전달되는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는 건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뉴스를 보면 많은 배달 노동자가 사고로 돌아가신다고 하는데 왜 배달 노동자들은 곡예 운전을 하면서 우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지, 배달 노동을 하면 한 달에 4~500만 원을 벌 수 있다던데 그게 진짜인지, 우리가 몰랐던 노동자 시리즈 1편 1화 배달 노동자에 대한 모든 궁금증! 배달 노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파헤쳐 보겠습니다!
※ 배달앱을 사용해 보지 않으셨거나 아직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배달앱 사용 방법에 대한 사전 설명이 필요하겠네요. 이미 배달앱 주문에 익숙하신 분들은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예전에는 가게에 전화를 걸어 배달을 주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화를 하지 않아도 배달주문이 가능합니다. 고객들은 먼저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같은 주문중개앱(배달앱)을 다운로드받고 회원 가입합니다.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다운로드 받아서 로그인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럼 그 앱에 내 집 주변 음식점들의 목록이 뜨는데요, (회원가입 시 본인의 위치정보를 등록하기 때문에 거리에 기반하여 배달이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음식점들 목록이 뜨는 것입니다) 그중 내가 원하는 가게를 눌러서 들어가면 그 가게에서 등록 해놓은 메뉴판 목록이 나옵니다. 그중에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결제하면 (카드사 등과 연동되어 앱에서 바로 결제가능합니다) 배달이 오는 것입니다.
배달 노동자는 어떻게 일감을 받을까요? 먼저 배달앱에서 일반 고객이 아닌 ‘라이더’로 새로 등록합니다. 라이더 상태로 배달앱을 켜고 대기하고 있으면 고객이 신청한 배달 요청이 실시간으로 올라옵니다. 이걸 선착순으로 먼저 잡는 라이더가 해당 배달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고객이 요청한 가게에 가서 음식을 수령한 후 고객에게 배달하는 것이죠. 더 디테일한 설명은 인터뷰 내용에 있으니 계속 읽어주세요!
Q1.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네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서 4년째 배달일을 하는 36살 배달 노동자입니다.
Q2. 저희가 자주 배달 음식을 시켜 먹지만 정작 배달업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는 거 같아요. 가장 먼저 배달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2. 네 배달 업계 전반에 관해서 설명해 드릴게요. 배달 업계에는 총 7명의 주인공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고객님들이 있습니다. 주문중개앱을 통해 주문하고 배달 노동자를 통해 받는 사람들입니다.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아, 예전에는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흔하지 않은, 고객이 가게에 직접 전화로 주문하는 방법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중개앱을 통하지 않아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설명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둘째로 제일 중요하고 문제도 많은 메인 빌런 ‘주문중개앱’(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이 있습니다. 아마 한국인이라면 직간접적으로 한 번쯤은 이용한 적이 있는 앱일 것입니다. 예전에 자주 보였던 음식점 배달 책자, 상가 책자 기억하시나요? 첫 장 모서리에 쿠폰이 있어서 잘라 쓰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것을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회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광고회사의 성격이 강한 것이죠. 하지만 꽤 오래전부터 직접 배달 라이더를 모집하고 직접 배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서 광고회사와 배달회사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배달대행앱’이 있습니다. 혹시 길거리 지나시면서 오토바이 짐칸에 ‘부릉’이나 ‘바로고’라는 회사명을 보신적 있으신가요? 이런 회사들이 배달만을 전문으로 하는 배달대행사들인데요, 주문중개앱이 직접 배달도 하는데 왜 대행 회사가 필요하지? 라는 궁금증이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배달앱 시스템이 도입되었을 때, 중개앱은 지금처럼 배달은 하지 않았고 철저하게 중개만을 담당했었는데요, 그때 배달을 담당했던 주체가 이 배달대행사들이었던 것입니다. 이후에 중개앱에서도 직접 배달 시스템을 도입했고 지금은 두 방식이 양립하는 상황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 회사들은 중개앱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배달만을 대행해 주는 업체들입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이 직접 배달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관리하지는 않는데요, 이들은 배달 대행 ‘브랜드’일 뿐 실제 현장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그곳들이 바로 네 번째 ‘배달대행업체’입니다. 이들은 배달대행사들의 지역사무소 개념인데요, 일종의 도급업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먼저 지점장이 배달대행앱 본사와 계약을 하고 지점을 차립니다. 그 후 주변 가게들과 일일이 협상하여 앞으로 들어오는 배달 주문 물량을 우리 지점에 달라고 계약을 따냅니다. 많은 가게와 계약을 맺으면 맺을수록 지점이 커지겠죠, 그만큼 배달 일감이 늘어나고 그 수요에 맞게 배달 노동자들을 모집하고 운영할 수 있을 테니까요. 따라서 각 배달대행업체는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지점마다 편차가 너무나도 큽니다. 얼마나 많은 가게와 계약을 따오고 유지하고 있는지? 몇 명의 배달 노동자가 소속되어 있는지? 각 배달 노동자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얼마로 책정하는지? 등등 지역마다 지점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다섯째, 여섯째는 하나로 묶일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따로 설명해 드릴 부분이 있어서 편의상 구분하도록 하겠습니다. 음식을 만들어서 파는 가게들과 대형 프렌차이즈 회사(맥도날드, 스타벅스 등)입니다. 가게도 우리가 평소에 흔히 접하기 때문에 따로 설명이 필요 없겠죠? 다만 앞으로 배달 업계를 이해하려면 주문이 가게에 들어오는 과정을 알아야 하는데요, 고객이 중개앱을 통해 주문하면 가게에 알람이 울립니다. ‘배달의 민족 주문!’ 알람을 외식하다 보면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요리와 포장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가게 사장님은 판단을 내립니다. 이 본인이 직접 배달할 것인지? 아니면 배달대행사를 통해 라이더를 쓸 것인지? 이때 라이더를 쓰겠다고 판단하면 본인 가게와 계약된 대행업체(사무실) 앱에 배달 노동자 요청을 띄우고 그 건을 잡은 배달 노동자가 가게로 와서 물건을 받아 배달하는 것입니다. 만약 고객이 배달대행사를 통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개앱 라이더가 배달하는 방식으로 주문했다면 이는 배달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다이렉트로 중개앱 주문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가게 사장이 따로 라이더 요청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중개앱에 주문이 올라가고 이것을 잡은 중개앱 라이더가 가게로 와서 물건을 받아 가는 것입니다. 지금은 살짝 어렵고 이해가 안 될 수 있는데요, 뒤에 배달 라이더의 구분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저희 배달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Q3. 배달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A3. 배달 노동자는 콜을 받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는 직접 주문중개앱을 통해 콜을 받아 배달하는 노동자들인데요, 간단합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사용하시는 배달의민족 앱이나 쿠팡이츠 앱에 배달 노동자 본인의 정보를 기재하고 등록이 되면 배달 노동자가 되는 것입니다. 한때 도보나 자전거, 퀵보드로도 배달을 할 수 있는 ‘배민커넥트’ 같은 방법을 통해 부수입을 올리는 것도 유행이었다고 들었는데요, 부업이 아니라 전문적인 배달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방식은 같습니다. 이렇게 콜을 받아 일하는 배달 노동자를 보통 배민 라이더, 쿠팡이츠 라이더 이런 식으로 부르죠.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앱에 주문이 올라오면 먼저 잡는 배달 노동자가 그 배달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수입은 배달 1건당 특정 금액을 앱을 통해 받는 구조이고요, 지역, 날씨, 거리, 등등 많은 너무나도 많은 요인에 따라 변수가 있어 1건당 노동자가 받는 수수료를 특정할 수는 없겠습니다.
두 번째는 흔히 ‘일반대행’이라고 불리는 방법입니다. 배달대행업체를 통해서 콜을 받는 방법인데요, 줄여서 일대라고도 합니다. Q1.에서 설명해 드렸듯이 기본적으로 일반대행 라이더들은 특정 지점에 소속이 됩니다. 지점에 찾아가 일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 받아주면 그 지점에 소속되는 것이죠.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지점에서 오토바이를 빌려서 하루 동안 배달을 하고 그날 번 수입에서 지점에서 정한 하루 대여료를 제하고 받아 가는 방식이 있기 때문이죠. (물론 대여료가 아까워서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잘 이용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장기리스도 가능합니다. 꼭 한 지점에 강제로 묶여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지점을 ‘배정’받는 것이 아니니까요.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하겠다는 계약서도 쓰지 않죠. 다른 지점에서 받아주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습니다. 콜(배달)을 잡는 방식은 중개앱을 통한 방식과 똑같습니다. 배달대행앱을 통해 출근하면 소속된 지점과 계약된 가게의 배달주문이 앱에 뜨고 이걸 먼저 잡는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하는 방식이죠.
중개앱 배달과 다른 점은 일반대행 라이더들은 배달 수수료 한 건당 일정 금액을 지점에 떼어줘야 합니다. 이%가 얼마인지는 지점마다 다르기 때문에 특정할 수는 없지만 예를 들어 저의 경우 최저가 콜이 한 건에 3,500원인데(가게에서 지점으로 주는 배달비), 거기서 지점은 500원을 가져가고 저한테는 3,000원이 떨어집니다. 또 가져간 500원에서 지점이 반 250원을 갖고 나머지 반 250원은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같은 지점의 본사 배달대행사가 가져갑니다.
따라서 주문중개앱에서 고객이 결제하는 배달비는 라이더가 가져가는 것이 아닙니다. 배달비를 얼마로 책정할지는 철저하게 그 가게의 재량입니다. 가게 사장님이 직접 배달하는 가게는 고객에게 배달비를 받지 않는 곳도 있죠. 어떤 가게는 배달대행지점에 지불하는 배달비보다 고객에게 더 받는 곳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가게에서 라이더는 한 건에 3,500원을 받는데, 고객이 A 가게에 내는 배달비는 5,000원인 경우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거대 프렌차이즈 가게의, 예를 들어 롯데리아, 배스킨라빈스, 스타벅스 같은 주문은 약간 따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등장인물 부분에서 나눠서 설명한 건데요, 저도 일개 배달 노동자라 내부의 정확한 거래관계나 속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거대 프렌차이즈 회사, 주문중개앱, 배달대행앱. 이 대기업들끼리는 일종의 삼각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A 프렌차이즈 기업과 B 배달대행앱 기업이 독점적 계약 관계를 맺는다거나 하는 식이죠. 다만, 저도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어 의혹이 있다. 정도로만 설명해 드릴 수 있겠네요.
또 일반적인 회사에도 직급이 있듯이 사무실(지점) 내에서도 라이더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요, 먼저 영세한 지점의 경우 실장(지점장)도 본인이 배달 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소속된 라이더들이 잘 가지 않으려는 배달(한 건에 드는 이동시간이 긴 콜)을 처리합니다. 이런 콜은 흔히 ‘똥콜’이라고 하는데요, 소속된 라이더들이 고용된 직원이 아니다 보니 명령할 수는 없고 실장(지점장)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장이 나가는 배달은 최후의 경우이고 평소에 이런 ‘똥콜’을 처리하는 팀장급 라이더들이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출퇴근의 의무가 있는 대신 월급도 어느 정도 보장받고 건당 수수료도 많이 받습니다. 사무실에서도 팀장들에게는 사무실 분 수수료를 떼어가지 않습니다. 대신 일이 힘들죠.
나머지는 일반적인 라이더들이 소속되어 있는데요, 여기서도 ‘전업기사’와 ‘프리기사’로 갈립니다. 전업기사는 문서로 된 계약서는 없지만 일주일에 5~6일 하루 최소 8시간 이상 일을 하기로 사무실과 약속이 된 노동자입니다. 물론 계약서가 없기 때문에 양쪽 다 법적인 구속력은 없습니다. 프리기사는 말 그대로 배달 노동자 본인이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하는 노동자들입니다. 프리기사와 전업기사의 차등은 거의 없지만 사무실에서 프리기사의 수수료는 1~200원 더 떼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차등을 두는 이유는 아무리 사무실이 많은 가게에서 계약을 따와도 배달 수요를 처리할 수 있는 라이더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죠. 사무실 입장에서 출퇴근이 정기적으로 보장되는 라이더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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