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두 번째 이야기] 나는 학교에서 일하는 최저임금 노동자입니다
-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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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에서 일하는 최저임금 노동자입니다
- A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특수운영직군 미화 조합원)
[편집자 주] :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노동자위원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특수고용, 플랫폼, 도급제 노동자에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하고 이를 위한 기준을 산정하자는 주장을 펼쳤지만, 결국 올해에는 논의를 관철하지 못했습니다. 사용자위원은 올해에도 역시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별 적용하자는 주장을 펼쳤고, 다수의 공익위원과 노동자위원이 완강히 반대하여 차별 적용을 막아내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노동자위원은 가구생계비 기준으로 산출하여 2025년 적용 최저임금 시급 12,600원을 요구안으로 제출했고 사용자위원은 올해에도 역시 최저임금 동결(9,860원)을 주장했습니다. 노동자위원은 논의 끝에 1차 수정안으로 기존 12,600원에서 대폭 양보하여 11,200원의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사용자위원은 고작 10원 인상 수정안을 제출한 상황입니다.
한편 전국결집은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쟁취!’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특수운영직군 미화 조합원을 만났습니다. 최저임금으로 어렵게 생활하는 현장 조합원과 나눈 생생한 인터뷰 대화, 직접 보내주신 글을 재구성하여 7월 소식지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만년 최저임금
얼마 전 6월 22일 서울로 올라가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6월 중순부터 날씨가 더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당일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비에 젖은 현수막 속 글귀 “최저임금 인상,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길입니다”라는 문구가 마음을 울리면서도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나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최저임금 노동자로 살아왔습니다. 젊었을 때에는 방직 공장의 노동자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최저임금이 무엇인지도 몰랐죠.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며 가정주부로 살다가 일터로 돌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 저기 회사를 옮겨도 월급은 대부분 똑같았죠. 학교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최저임금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고 노동조합을 만나 최저임금을 올리라고 집회까지 다녀왔습니다.
최저임금 보전금?
2017년이었을 겁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몇 년 안에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된다고 했습니다. 하루 8시간 일하니 월급이 200만원 넘는다고 해 내심 좋아했죠. 하지만 웬걸요. 7년이 지난 지금도 최저임금은 여전히 만원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 최저임금 이야기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학교에서 특수운영직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 청소 미화 노동자는 매년 상반기에는 ‘최저임금 보전금’을 받습니다. 노동조합과 교육청의 임금교섭이 끝나지 않아 우리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행정실에 물어보면 다른 교육공무직들과 다르게 근속 수당이 없어 그렇다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최저임금보다 모자라는 임금을 받는 사람은 저 뿐만이 아닙니다. 급식 노동자들도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분들은 최저임금 보전금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저와 같은 특수운영직군이라고 불리는 당직 노동자는 더욱 처참합니다. 5시쯤 출근해 다음날 8시까지 15시간 넘게 학교에 있는데 최저임금을 겨우 받습니다. 도대체 공공기관이라는 학교에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생계유지조차 쉽지 않네요
우리는 매월 일정한 월급을 받지도 못합니다. 방학에는 학생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주일에 3일 정도만 출근합니다. 8월과 1월, 2월에는 한 달 월급이 100만원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거죠. 매주 월, 수, 금에 출근해야 하니 아르바이트 같은 다른 일을 구하지도 못합니다. 법이 그렇다고 합니다. 방학에 학생이 없다고 학교는 깨끗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교직원들은 여전히 학교에 출근합니다. 초등학교는 방학 중에도 돌봄 교실에 오는 아이들도 제법 많습니다. 그런데도 5일 동안 해야 하는 청소를 3일 안에 끝내야 하니 정말 너무나 힘이 듭니다. 그나마 저는 3일이라도 출근하지만 열악한 학교는 일주일에 하루 혹은 이틀 정도만 출근하는 곳도 많다고 하더군요. 그런 분들은 한 달 월급이 50만원도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라고 학교와 교육청은 이러한 법을 만들었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학교에서 급식을 만드는 노동자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임금이 너무 적고 일이 힘들어 어떤 학교는 급식이 나가지 못했다고 하네요. 학생 1,000명이 밥을 먹는 학교인데 사람이 없어 2명의 노동자가 그 밥을 했다고 합니다. 빵과 우유 같은 대체식으로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도 아니고 학교가 이렇게 운영되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1년 중 3개월 가량을 임금 없이 사는 것이 정말 공공기관에서 해야 하는 일입니까. 나 혼자 벌이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은 이 학교라는 일터를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물가 폭등으로 하루 세 끼 밥상 차리는 것도 힘든데 여름과 겨울에는 임금이 없다니요. 그야말로 최저 생계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죠.
최저임금 인상으로 숨 쉴 여유가 필요해요
그래서 올해는 반드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합니다. 최저임금 만으로 생활하는 학교 안의 노동자가 이렇게 많으니 국가가 나서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학교비정규직, 교육공무직 노동자들도 최저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학교 안에서 뒤틀린 제도인 ‘방학 중 비근무’도 없애야 합니다. 곰이나 동물처럼 동면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은 1년, 열 두 달 식사를 하고 생활합니다. 숨만 쉬어도 공과금, 통신비 등 고정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숨이라도 좀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습니다. 학교의 사정에 따라 매월 달라지는 임금이 계속되면 학교에서 일하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교육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하죠. 학교를 바로 세우는 길은 학교 안의 모든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작이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노동조합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힘껏 싸우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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