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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세 번째 이야기]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하는 노동자들의 민주노조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하는 노동자들의 민주노조,

서울노동권익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계속된다!

 

-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서울노동권익센터분회 쟁의부장 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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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 서울노동권익센터 앞 총파업 집회를 시작한 노동자들의 모습>

 

발단

 

  2024년 9월 10일, 서울노동권익센터(이하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첫 총파업의 깃발을 올렸다. ‘서울노동권익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누군가가 이를 본다면 조금은 의아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말 그대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고, 이곳에서 일하는 우리는 소위 ‘상근자’ 내지는 ‘활동가’가 아닌, 그저 자신의 일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남들과 다르지 않게 생계를 위해 일하는 영락없는 노동자들이다. 센터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과거 명망 있던 ‘활동가’들이 포진되어 있는 운동 단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있을 테고, 누군가는 그저 서울시 노동정책에 의한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복지기관 정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센터는 박원순 시장 시절 그의 노동정책에 따라 100% 서울시 예산으로 설립되고, 민간 노동단체에 위탁 주어 운영되는 엄연한 공공기관의 성격을 띤다. 이는 ‘민간위탁’이라 불린다.

 

상근자와 활동가 사이에서

 

  센터가 설립된 지난 2015년,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하 ‘비센터’)가 서울시로부터 센터운영권 따내어 2023년까지 9년간 센터를 운영해왔다. 처음 센터가 설립될 당시에는 비센터의 이사 직함을 단 활동가들이 센터장과 실장 등을 역임, 그리고 그의 측근들이 센터에 ‘상근활동가’로 채용되어 센터는 서울시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임과 동시에 노조 조직화 사업 등을 지원하는 운동 단체의 성격을 띤 업무를 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시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하청 운영기관은 설립 당시 여러 노동/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우려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관변단체의 성격이 짙어졌고, 결국 하청 운영기관에서 파견된 센터장, 실장, 팀장 등 센터의 관리자들은 관료적 행태를 보이며 센터를 사유화하기에 이른다. 이후 센터에서 일하던 일부 상근자들은 하나둘씩 센터를 떠나게 되었고, 공개채용으로 ‘노동운동’ 내지는 ‘활동가’와는 관계없던 노동자들이 센터에 채용되어 취약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공익사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는 영락없는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센터가 되었다. 이러한 우리는 사측(하청 운영기관)의 무능과 비민주적 운영, 관료성을 타파하고, 서울시의 사업축소와 예산삭감 저지, 노동자로서 우리 자신을 스스로 지켜내기 위해 민주노조를 설립하고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서울노동권익센터분회 깃발 아래 투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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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 서울시청 앞 오세훈 시장과 담당자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한국노총의 만행

 

  민간위탁 특성상 3년에 한 번씩 경쟁공모를 통해 하청 운영기관은 변경된다. 센터 설립 이래 2023년까지 비센터가 두 번의 재수탁을 받으며 9년간 그 운영을 맡아왔지만,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과 그들 스스로의 무능으로 인해 2024년 1월 1일부로 하청 운영기관은 오세훈 시장의 최측근인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이하 ‘서울노총’, 대표 사용자 김기철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의장, 센터장 임승운, 센터 사무국장 권상원)로 바뀌고 사측 인사들은 대거 교체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일하던 센터 노동자들의 일부가 퇴사하고, 서울시에 의해 4개의 노동센터가 서울노동권익센터로 통폐합 되었으며, 인력 감축과 예산삭감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현재 모두 ‘1년 미만 입사자’로서, 최대 8년 여를 근무한 직원마저 신입사원이 되어 1개월 만근 시 발생하는 하루 연차를 강제로 부여받았다. 사측은 그들과 서울시에서 멋대로 산정한 2023년 임금테이블을 들이대며 근로계약서 작성 강요하였고, 일부 센터 노동자들은 2024년 연말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며 일하고 있다. 단체협약으로 쟁취한 여성 노동자들의 유급 생리휴가마저 무급이 되고, 사측은 노조의 의견 청취 없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고 이를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받았다. 서울노총은 연초 센터 운영권을 쥐자마자, 분회에 첫 번째 공문으로 ‘단체협약 전면해지’를 통보해왔다. 지난 4년여간 노동자로서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민주노조를 설립하고 투쟁하여 쟁취한 단체협약을 대한민국 양대노총 중 하나라 불리는 단체의 수도 지역본부가 일방적 해지를 한 것이다. 딱히 놀랄 것도 없다. 한국노총이라는 조직에 대한 ‘(악)명성’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들이 취약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위해 센터의 운영권을 쥐었을지언정, 그 취약노동자들 중 정작 본인들이 운영하는 기관의 동료 노동자들은 예외인 것이다. 진짜 사장 서울시와 오세훈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여느 원청사용자와 다를 바 없는 나몰라라식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이에 센터 노동자들은 빼앗긴 우리의 것을 되찾기 위해 지난 910 총파업을 시작으로 10월 말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파업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심지어 지난 910 총파업이 있은 직후, 사실상 센터 최고위 관리자인 한국노총 우정노조 상임부위원장 출신 권상원 사무국장은 “이게 무슨 파업이냐, 누구 하나 신나 뿌리고 분신 정도는 해야 파업이지”라는 패륜적 망언을 내뱉으며 스스로 ‘노동운동가’ 내지는 서울‘노동권익’센터 관리자로서 가져야 할 품격과 인륜을 내팽겨치고 노동자들을 조롱했다. 이것이 여느 자본의 패악질과 다를 바 없는 서울노총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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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과 손잡은 김기철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장 겸 서울노동권익센터 사용자>


지자체 공익사업과 관변단체, 그리고 민간위탁의 모순

 

  역사상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노동센터의 첫 파업 투쟁이고, 이는 노동정책 분야를 떠나 지자체 민간위탁 제도의 한계와 모순을 명확히 보여준다. 지자체가 직접 해야 할 일을, 시장의 입맛에 따라 언제든지 정책변화가 될 수 있는 불투명하고 지속성 없는 사업을 민간에게 예산을 내려주어 운영케 함으로써, 사업의 지속성과 효용은 떨어지고 이곳에서 사업을 수행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들은 일을 할 수 없음과 동시에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노동조합 혹은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시정부 예산을 받아 종속됨으로써, 센터가 설립된 취지와는 다르게 취약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하기는커녕, 센터장, 사무국장, 팀장 등의 직함을 단 관료들의 자리 지키기에만 매몰되어 실제로 센터 사업에 의해 도움받을 취약노동자들의 권익은 박탈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에 우리의 파업 투쟁은 노동자로서 권리 쟁취만이 아닌 공공부문에서조차 자행되는 하청/민간위탁 제도의 폐해와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며, 지자체 공익사업은, 관변단체에 예산을 내려주어 그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운영되는 것이 아닌, 가령 출자/출연기관의 형태로 시에서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부문 축소, 오세훈 시정의 공공성/노동권 파괴의 큰 피해자인 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비록 작지만, 현 시정의 가장 큰 폐해를 드러냈으며, 이는 여느 사기업의 하청, 도급, 외주의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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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서울노동권익센터분회 조합원들의 모습>

 

민주노조의 자부심을 지키는 투쟁

 

  공공운수노조의 하반기 공동파업/투쟁에 서울노동권익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은 전체 공공부문 업종의 단면을 시사하는 작지만 큰 의미를 준다. 공공기관/공기업/민간위탁기관/출자/출연기관 등 필수 공익사업이란 공통분모를 가진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으로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하는 노동자들의 민주노조’란 자부심으로 노동자로서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냄과 동시에, 취약노동자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노동정책을 생산해내고 수행하기 위해 서울노동권익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승리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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