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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네 번째 이야기] 우리가 몰랐던 배달 라이더 노동자 2편 - 라이더유니온 지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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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배달 라이더 노동자 2편 -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 인터뷰

 

 [편집자 주] 지난번 1편 인터뷰에서는 현장 노동자가 알려주는 배달업계의 상황과 이슈, 문제의식, 요구사항 등을 들어보았는데요, 이번 2편에서는 1편 인터뷰 내용에 기반하여 노동조합에서는 배달업계 시스템 개선을 위해 어떤 조직화 방안, 미래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배달업을 넘어 특고, 플랫폼 노동 전체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2편을 처음으로 보신 분들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을 수도 있으니 1편을 꼭 먼저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1편 1부 읽기 클릭], [1편 2부 읽기 클릭], [1편 3부 읽기 클릭]

 

Q1.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소개와 함께 라이더유니온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 부 지부장 이대근입니다.

 

 2018년 7월, 당시 2년째 맥도널드 라이더였던 박정훈 동지가 사상 최악의 폭염에(당시 기준) 폭염수당 100원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계기로 라이더들이 모이게 되었고 라이더유니온 준비위원회를 꾸렸습니다. 2019년 5월 1일 노동절,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오토바이 행진을 벌이며 라이더유니온이 정식 출범하였습니다. 한국 최초의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입니다.

 

Q2. 1편 인터뷰는 개인의 경험에 기반한 내용이라 배달 노동자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것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라이더유니온에서는 더 다양한 배달 노동자들을 만날 테고,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편 내용 중에서 ‘이 인식은 조금 다르다.’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2. 배달 노동자 월급제에 대한 인식 부분에서 월급제를 플랫폼이 시도했을 때 배달 노동자들이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다 하셨는데, 그건 아니고요.

 

 플랫폼 기업이 정규직을 고용한 이유는 품질의 서비스를 어느 정도 개선해야 하니까 배달 노동자들이 잘 잡지 않으려 하는 콜, 소위 말하는 똥콜을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되는 거예요. 이를 전담해서 처리하기 위한 정규직을 모집했고 플랫폼 기업이 한번 실험을 해본 것 같아요. 그래서 6개월 계약직 형태로 월급을 보장해 주고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인센티브도 있었습니다.

 

 콜을 강제로 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을 구분하여 플랫폼 기업이 예측했을 때 콜 소화가 원활하게 안 되는 지역에 파견을 보내는 방식이었어요. 보통은 배달 노동자 스스로 판단한 구역이 있고, 그 구역 안에서의 콜만 처리하는데 고용된 노동자들은 구역을 넘어서 업무 지시를 할 수 있는 거죠. 안정적으로 콜 수행이 안 되는 지역에 일주일이면 일주일 단위로 근무 스케줄을 내주는 방식으로 운영했었습니다.

 

 이런 방식을 필요로하는 노동자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다 보니 하는 만큼 벌어가는 것보다 안정성을 우선하는 분들은 계속하고 싶었죠. 하지만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이걸 유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거든요.

 

 월급제가 아닌 배달은 라이더들이 알아서 콜을 잡는 방식이기 때문에 거리가 먼 콜 또는 단가가 낮은 콜은 잘 안 잡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할증을 붙여서 잡게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그래도 한계가 있으니까, 월급제라는 일종의 실험을 해본 것이죠. 그러나 월급제로도 기업이 생각했던 것만큼 원활한 처리가 되지 않았고 월급제를 없애고 지금은 일반 대행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월급제 노동자에게 할당하던 지역, 똥콜이 많은 지역을 지역 일반대행 업체(생각대로, 부릉, 바로고 등)에 위탁하여 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 거죠. 주로 강남에서부터 시작됐고요.

 

Q3. 1편 인터뷰에서 많은 배달 노동자가 일반대행 콜 효율이 지역 사무실 간 무리한 단가 경쟁 때문에 점점 떨어지다 보니 최근에는 다시 플랫폼 기업(배민, 쿠팡, 요기요)으로 돌아가는 추세라고 하던데 방금 말씀하신 대로라면 반대로 플랫폼 기업에서는 일반대행에 위탁하는 콜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네요?

 

 A3. 아무래도 일반대행은 사람이 관리를 하고 출근 퇴근도 어느 정도 약속을 해야 하는데, 배민 쿠팡은 그런 것이 없이 자유롭잖아요. 자유도도 높은데 수입이 비슷해진다? 그러면 당연히 배민 쿠팡으로 넘어가겠죠. 최근에 그런 경향이 한참 됐었지만 일반대행은 여러 콜을 묶어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숙련도가 높고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일반대행에서 더 고수익을 올리거든요. 이런 분들은 일반대행에 계속 남아있었죠. 반대로 자유도가 더 중요하고 내가 숙련도가 낮다고 하시는 분들은 배민 쿠팡을 더 선호하고요. 결국 숙련도에 따라서 일반대행에 남을지 배민 쿠팡으로 갈지가 정해지는 거 같아요.

 

 최근에는 앞서 설명했듯이 플랫폼 기업들이 일반대행에 콜을 위탁하는 비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콜 수 자체도 많이 줄었고, 가까운 콜이 없어요. 보통 근거리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많은 콜을 수행해서 돈을 버는 방식이 있고 장거리 콜을 주로 타서 한 번에 많은 수입을 올리는 방식이 있는데, 플랫폼 기업이 일반대행에 위탁하는 콜이 대부분 가까운 콜이다보니 장거리 콜을 주로 타시던 분들은 영향이 크게 없지만 가까운 콜을 주로 타시던 분들은 어려워진 거죠. 그래서 배민, 쿠팡, 요기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보기에는 지금은 조금 애매한 상태가 됐어요. 이 업계가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보니까.

 

플랫폼 기업이 왜 가까운 콜만 일반대행 업체에 넘기는 것일까요?

 

 일반대행 지역사무실은 자기들끼리 구역을 정해놓기 때문이죠. 내 구역이 A라면 그 안에서의 콜은 처리할 수 있지만 A 지역의 가게에서 출발해서 B 지역의 고객에게 배달해야 하는 콜이라면 B 지역은 B 사무실의 구역이기 때문에 A 사무실에서 콜을 받을 수 없는 거죠. 그래서 플랫폼 기업은 사무실 간의 구역을 넘어서는 콜들만(장거리 콜들만) 처리하고 나머지 일반대행이 처리할 수 있는 가까운 콜은 일반대행으로 위탁하는 비율을 늘리고 있는 것이죠.

 

Q4. 네 알겠습니다. 혹시 배달 노동자의 수입 부분에서 1편 인터뷰에서는 그래도 월 3-400만 원은 가져간다고 수입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이 없고 오히려 이 정도면 내가 가진 스펙 대비 괜찮다고 인식하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서 차이는 없을까요?


 A4. 라이더분들이 이야기하는 내가 수입을 한 달에 얼마 번다. 최근 기사에 월 1,200만 원 번다고 화제가 됐었던 라이더분이 사고로 돌아가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이야기하는 1,200만 원도 순수입이 아니에요. 보통 라이더분들이 하루하루 앱에 찍혀서 내 통장으로 들어오는 금액을 수입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하시는 경향이 있어요. 왜 그렇냐면 내 통장에 꽂히는 돈은 액수가 딱 보이지만 내가 그때그때 나가는 지출은 계산이 잘 안 되거든요. 일하면서 필요한 지출이 명세서화 되어있지도 않고 개인적으로 정리해야하기 때문에 그 계산이 정확하지가 않아요. 그래서 저희도 수입과 관련해서는 설문조사 방식을 사용하면 다 오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국가가 인정하는 경비율을 빼거나 해서 수입이라는 게 순수입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런 걸 잘 안 빼죠.


 또 배달 노동자들의 직업의식이나 소속감은 조금 변하고 있는 것 같긴 해요. 물론 아직 ‘이 일을 어느 정도 해서 돈 바짝 벌어서 다른거 해야지.’ 라고 많이 이야기하는 경향은 맞아요. 하지만 오랫동안 봤을 때 최근에는 내가 이거 말고 다른 거 무슨 일을 하냐. 그나마 배달 일이 제일 낫지 않나 그리고 조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라든지 이런 분들은 안정적으로 이 직업으로 일을 하면서 살겠다 하는 분들도 꽤 늘어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배달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죠. 특히 노동조합에 가입하신 분들은 그런 분들이 많죠. 그래서 노동조합에서도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나눔, 봉사활동이라든지 신호 준수 캠페인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업들을 통해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느낍니다.

 

Q5. 네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가 점점 보인다는 말씀이네요. 다행입니다.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인식 개선 사업 외에 현재 노동조합에서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5. 노동조합은 조직화죠. 오토바이 배달이 위험한 일이고 전통적인 산재 발생 상위권이 제조업, 건설업이었는데 지금 3년째 배달업이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에 특히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직화와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을 해야 하는데 사측과 교섭이던,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 마련이던 노동자성과 연관되어 있고 아무래도 기본 단가가 보장되어야 배달 속도도 줄일 수 있다 보니 화물의 안전운임제를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는데 화물처럼 독자적으로 돌파할 힘은 아직 없는 상태이고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적정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배달 노동자 최저임금과 같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편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받으려고 이 위험한 일을 누가 하겠냐고 말씀하셨는데 저희가 최저임금 적용하라는 게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하라는 건 아니에요. 배달 라이더 노동자들에게 이거 이상은 줘야 한다는 기준이 필요한 거 아니냐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었고, 적정 운임을 계산하는 방식은 화물의 안전운임제와 비슷한 방식인데, 특고 플랫폼 노동은 일하는 사람이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다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비용을 운임에 녹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보험료 리스비 통신비 등등 여러 가지 일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녹여서 1시간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동자가 받아야 하는 적정한 보수를 합쳐서 적정 운임을 받기 위해서는 한 달로 따지면 몇 콜 그다음에 그러면 하루에 몇 콜 그러면 시간당 몇 개를 할 수 있는지 계산해서 그 금액으로 나눴을 때 기본 운임을 얼마로 정해야 한다를, 체계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가 주장하는 것은 적정 운임이 한 건당 4천 원이다 5천 원이다 라는 가격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보다는 기본운임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은 얼마를 줘도 상관이 없거든요 2천 원, 1천 원짜리 콜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운임에 대한 아무런 체계와 제재가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도 저희도 기본운임, 적정운임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죠.

 

 그래서 1편 라이더분께서도 가장 원하는 것이 업계의 체계와 투명성이라고 말씀하셨듯이 라이더 입장에서는 운임을 도대체 어떻게 책정하는 거냐에 대한 불만과 궁금증이 많아지고 있는 상태이고 꼭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배달비에는 고객이 내는 배달비, 라이더가 받는 배달비, 앱이 청구하는 배달비가 다 따로고 그것이 섞여 있을 뿐이에요. 같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까지 고객이 내는 배달료가 보통 3천 원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어떤 가게는 배달비를 3천 원보다 더 받는 곳이 있었어요. 고객에게 부담하는 비용을 자기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어요. 정사가 잘 되는 곳은 배달비를 5천 원 6천 원 받았단 말이죠. 고객한테. 그런데 라이더한테는 3천원 밖에 안 가요. 그럼 나머지 차액분은 어디로 가느냐? 해서 저희가 그걸 사기로 경찰에 고발했어요. 그랬더니 배민이 그 3천 원은 적립해 뒀다가 콜 수요가 많이 쏟아지거나 폭우, 눈이 오거나 이럴 때 라이더들에게 할증으로 다 챙겨준다는 거에요. 그래서 경찰도 의도적 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리고. 저희로서는 너무 황당한 이야기죠.

 

 그래서 라이더들에게 보장되는 운임이 오르면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료도 오르는 거 아니냐? 라는 생각이 꼭 그렇지는 않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플랫폼 기업들이 자기들의 편의와 운영을 위해서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것을 아무도 규제하고 제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죠. 플랫폼 기업들은 배달 노동자의 적정운임이나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료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점유율을 높이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고 사회적으로 택배 과로사 문제처럼 많은 분들이 ‘내가 택배비를 더 내더라도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런 움직임이 있었잖아요? 그런 것처럼 이게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면 사회적인 흐름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플랫폼 기업에서 무료 배달을 하고 있고 배달비가 너무 싸니까 배달을 꼭 시키지 않아도 되는데 무분별하게 배달을 시키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예를 들면 편의점에서 배달비 무료 행사를 해요. 심지어 내가 직접 가서 사는 것보다 할인을 해주는 행사를 해요. 그러면 사람들이 바로 자기 집 아래에 편의점이 있는 데도 굳이 조금 더 멀리 있는 편의점에서 배달을 시킨단 말이죠. 왜냐하면 플랫폼의 속성상 한번 거기서 주문하면 습관처럼 계속 거기서 주문하게 되거든요. 편하니까요. 이런 배달들은 사실 전체 사회적으로 보면 굉장한 비효율이고 에너지 차원에서도 환경문제도 유발할 수 있고 이런 문제들이 많은 거에요.

 

 그래서 배달 산업을 안정적으로 건전하게 유지하려면 많은 분들이 정말 필요한 경우만 배달을 시키고 대신 거기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렇게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과도한 출혈경쟁 때문에 굳이 배달이 필요 없는 건도 배달로 주문을 하고 있죠. 물론 라이더 입장에서는 콜이 많아져서 좋은 일이지만 이런 방식으로 이 업계가 지속될 수 있겠는지는 의문이라는 거죠.


Q6. 1편 인터뷰에 내용에서도 그렇고 지금까지 내용에서도 배달업종 자체가 지금 어떠한 제도도 규제도 제재도 없는 정말 혼돈의 카오스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앞으로 법적인 규제나 제재가 들어가야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인 거네요?

 

 A6. 네 플랫폼 회사가 지금 어느 규정을 받는 게 없어요. 생활물류법이 제정 됐지만 생물법(생활물류법)에서는 국토부에서 인증한 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이지 기준을 안 지킨다고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 아니거든요. 생물법에 택배랑 배달이 규정되어 있는데 택배는 등록제에요. 기업이 일정한 요건을 갖춰서 등록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배달은 인증제에요. 기업이 인증받지 않아도 운영을 할 수 있어요. 이 인증을 받으면 혜택을 준다.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규제가 없고, 다른 화물업종 예를 들어 화물, 택시, 버스 이런 업종은 다 안전 교육이든 대형면허든 일정한 자격을 획득해야 일할 수 있는 방식인데 배달은 그런 게 없어요. 운전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심지어 이륜차 면허가 없어도 돼요. 그래서 저희 주장은 일정한 안전교육이든 어떤 것이든 최소한의 자격요건은 만들자는 것이죠.

 

 조금 더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운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빼먹으면 안 되는 부분이 있죠. 보험 같은 경우에 최소한 보험 가입 여부라든지 이런 부분은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예전에는 배달의 민족에서 라이더 등록할 때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했었어요. 그런데 신규로 들어온 쿠팡이츠가 확인을 안 했거든요. 그러니까 라이더들을 빼앗기고 보험 가입 여부 확인 때문에 등록에 시일이 하루 이틀 걸리는 것 등 해서 배달의 민족도 보험 가입 여부 확인을 철회했어요. 지금 어떤 배달대행업에서도 라이더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곳이 없어요. 정말 이런 것은 문제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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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네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요, 라이더유니온 홈페이지에서 보면 노동조합 가입 혜택이나 자차 수리공제사업 등이 나와 있는데요, 조직구성도 그렇고 일반적인 노동조합보다는 공제회의 성격이 강하다고 느껴집니다. 예측건대 조직화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방향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 구상과 과정에서 공제회 형태의 조직구성을 채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7. 배달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라이더가 부족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라이더분들이 많았기에 노동조합으로 조직화가 쉽지는 않았어요. 초기에 폭염수당을 요구하는 언론 기사를 통해 공감한 라이더들이 모였지만 많은 배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자체를 잘 모르기도 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현실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잘 와닿지 않았죠. 예전에는 배달하는 사람이 음식점에 고용되어 있었는데 이것이 외주화되면서 위에서 설명해 드렸듯이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제도는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오토바이 보험도 문턱이 높아 가입이 쉽지도 않았고요. 자동차보험에는 자차가 있지만 오토바이 보험에는 자차가 없었죠. 유상 운송보험은 사고 시 피해자를 위한 보험이고 오토바이가 생계 수단인 라이더들은 한번 사고가 나면 경제적인 타격이 엄청나죠. 오토바이 정비소 가격도 없을뿐더러 수리비 기준도 없어서 천차만별인 데다가 오토바이 수리하는 동안, 다쳐서 일을 못 하는 동안 생계가 막히기 때문에 앞이 막막한 상태가 되는 거죠.

 

 이러한 상황에서 라이더유니온이 우분투재단의 지원을 받게 되었고 이 재정을 기반으로 자차 수리 공제를 운용했어요. 보험사에서도 안 되는 자차 수리 공제를 노동조합이 운영했고 많은 라이더들이 관심을 가졌어요. 자차 수리비 50%, 입원위로금 지급은 상당히 파격적인 혜택이었죠. 1편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배달 노동자들이 개별화되어 있고 배달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바짝 벌어서 다른 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이 맞지 않아서 이직하는 경우는 있어도 돈 많이 벌어서 신분 상승하는 경우는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어쨌든 전통적인 노동자들과는 확연히 달라서 집단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고 기존의 노동조합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발생하는 조직 운영상 장점과 단점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장점은 조직화 경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예상하다시피 혜택만을 바라고 가입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공제사업을 좀 더 넓히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라이더들이 급히 돈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서 소액 대출 사업도 했는데 이게 큰 도움이 되어서 잘 상환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상환하지 못하거나 눈먼 돈으로 생각해서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죠. 간부들이 그럴 경우 조직적 타격도 큽니다.

 

 전통적인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교섭과 투쟁으로 복지를 확대한다면 플랫폼노동은 이직이 잦고 다양한 사측이 있어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공제사업의 장점과 단점 등을 고려해 최근에는 공제사업을 노동조합과 분리해 공제사업을 담당하는 별도의 법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8. 최근 권리찾기유니온 등 많은 단체에서 노동자이지만 사업소득세를 내는 가짜 3.3 노동자 근절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요, 배달 노동자들도 사업소득세를 내는 가짜 3.3 노동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산재, 고용보험은 적용되고 있지만 나머지 4대 보험 전면 적용과 퇴직금 이슈가 업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는 않은지? 만약 이런 이슈로 사업을 한다면 조직화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8. 사실 퇴직금 관련해서는 저희도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지 않았고 다만 요기요에 퇴직금 소송을 걸었던 것은 근로자성을 다투는 거였습니다. 배달업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일반대행 업체의 모델을 그대로 가지고 왔기 때문에 초기에는 아침 조회도 했었어요. 카톡방에서 지역 담당 관리자가 출석 체크하고 출퇴근 강요하고 업무 지시를 구체적으로 하는 등 여러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퇴직금 소송을 했던 것이고요, 저희 쪽에서는 플랫폼 기업 너희 그렇게 운영할 거면 퇴직금을 주면서 근로자로 고용하라 그랬더니 기업은 이런 것들을 다 없애는 방식으로 즉 근로자성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계속 변화를 해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퇴직금 관련해서는 사례는 있었지만, 보편적으로 퇴직금을 주요 요구로 고민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최근까지는 퇴직금보다는 노후 대비 차원에서 국민연금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고 그런 차원에서 퇴직금이랑은 별개로 4대 보험은 차별 없이 적용하라는 의제는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라이더들이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아요. 당장 내가 받는 수입에서 일정 부분을 떼어가는 것이라 장기적인 기대보다는 지금 당장의 수입이 중요한 분이 많아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최근 지역 가입자 부담도 상당히 개선되어서 부담이 크지 않은 것도 작용하구요. 다만 장기적으로 라이더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라이더들을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걸 어떻게 잘 만들어 갈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퇴직금, 4대 보험 전면 적용 요구가 직접적인 조직화에 폭발적인 효과가 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렇지만 이런 문제들을 의제화하고 방향을 잘 제시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확실합니다.

 

 아직 라이더 입장에서는 4대 보험이나 퇴직금이 제대로 받아보지 않은 분들도 많고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없다 보니 생소할 수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점은 예전에 ‘배달 노동자 천천히 와주세요.’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진행하고 그러더라고요. 이런 것처럼 특고 플랫폼 4대 보험 이슈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배달 노동자 조직사업을 할 때 정규직 노동자들. 그러니까 공공운수노조가 20만 되니까 그 조합원들이 자기 집에 배달 노동자들에게 라이더유니온을 소개하고 가입 권유 스티커를 문 앞에 붙여놓는다든가 하는 실천 방안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라이더유니온 지부 혼자가 아니라 전체 공공운수노조 차원에서 진행되어야죠. 배달 업종이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현재 화물도, 택시도 기존 방식에서 플랫폼화가 진행되고 있고 전체적으로 노동이 플랫폼화되는 것에 대해서 노조 차원의 전략이 필요한 것이죠. 그 공통의 의제로 차별 없는 4대 보험 전면 적용 이런 것으로 노조 내에 특고플랫폼분과를 만들어서 공동 대응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공운수노조에는 워낙 많은 업종과 단위들이 있다 보니 노조 전체의 전략으로 특고 플랫폼 내용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정하는 것은 아직 빠른 단계이고요,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요구를 모아서 잘 묶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결국 주체들이 계획하고 노조에 요구해서 노조 전체의 사업으로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Q9. 네 잘 들었습니다. 이제 거의 마지막인데요, 라이더유니온 지부에서 배달 노동 관련하여 ‘이거 하나만큼은 정말 시급하게 바꿔내고 싶다.’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연결해서 배달 노동자들이 앞으로 어떤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이 있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A9. 유상보험 의무화입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현재 배달 노동자의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기업이 없습니다. 국토부도 보험 가입 확인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국가가 그냥 권고만 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기업은 당연히 무시하는 거고요. 배달업 자체의 기준이 없다 보니, 도로에서 하루 평균 10시간 15시간 이상을 일을 하고 그러다 보니 사고위험은 높아지고 그러면 보험이 필요한데 아무런 제도도 없이 유상 보험을 의무화하지 않는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실제 사례로 얼마 전에 한 라이더가 배민에서 보험 가입 여부 확인을 철회해서 보험 없이 그냥 가정용 보험으로 일을 한 거예요. 그러다 사람을 쳤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는 500만 원을 주고 치료는 시켰는데 보험회사에서는 당연히 지급 거절을 했고 합의가 안 되는 거예요. 이 라이더는 개인적으로 빚내서 500만 원 치료비는 만들었지만, 한방에 파탄이 나는 거죠. 피해자 치료만 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합의금, 수리비, 본인 생활비는 도저히 해결할 능력이 안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나 몰라라 권고만 하고 있고요.


 지금 배달 노동자들 중에서 가족이 배달일을 하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험하기도 하지만 배달 노동자들이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잠시 목돈마련을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일하는 시기로 생각해 언젠가는 다른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많죠. 저희 지부 서울지회장의 꿈은 사고사가 아닌 자연사라고 합니다. 안전하게 일하면서도 배달 노동자들이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승진이나 결혼도 꿈꾸고 내 집 마련도 꿈꿀 수 있는, 배달로도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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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0. 네 감사합니다. 이번 1, 2편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배달 노동은 진입장벽도 낮고 법도, 규제도, 체계도 아직 아무것도 잡히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유입되는 노동자들도 1인 가구 청년들이 많고 이 직종에 대한 전망, 미래, 지속성에 대한 생각도 낮은걸로 보입니다. 이렇게 사회구조와 노동자들의 직업의식이 변화하고 플랫폼 노동이 점점 더 많은 영역으로 확대되는 노동시장 속에서 배달 노동은 정말 최전방에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플랫폼 산업에 관해 노동조합 모두가 새로운 길을 고민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라이더유니온 지부는 어떤 미래 전략과 구상이 있는지? 독자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시고 싶은 말씀과 함께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A10. 기존의 산업들은 구조조정이라든지 투자라든지 비용 문제에 따른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투쟁도 일어나고 하는데 플랫폼은 그런 게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산업전환도 굉장히 빠르고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기업의 정책 하나하나가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고 치명적이고요. 핵심은 이런 방종의 상태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통제할 것이냐인 것 같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늘려나가지 않으면 기업은 정말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마음대로 이렇게 했다가 저렇게 했다가 다 가능한 거거든요. 그래서 이런 규제와 통제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움직임 없이는 노동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것들에 대응하는 플랫폼에 대한 노동 전체 차원의 전략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걸 저희 지부가 다 갖고 있다고 말씀드릴 순 없고요,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고민을 끊임없이 배달 업종뿐만이 아니라 플랫폼 산업 노동자들 전체를 어떻게 조직하고 어떻게 함께 연대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앞으로 노동조합,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11. 네 인터뷰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A11. 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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