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두 번째 이야기] 더 아래로, 더 왼쪽으로, "계급적 단결"
-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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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래로, 더 왼쪽으로, "계급적 단결"
- [기고] 이주노동 집중탐구학교 강좌를 돌아보며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불안정노동위원회
[편집자 주] : 전국결집 불안정노동위원회는 올해를 관통하는 불안정노동 의제에 대한 집중 대응과 기획사업 강화를 핵심 사업방향으로 삼았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이주’노동과 ‘플랫폼’노동이 더욱 확대되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사회적 쟁점과 노동운동의 대응방향이 불안정노동 일반의 주요 사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확장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인식 속에 상/하반기 집중탐구학교 강좌사업을 배치했다. 상반기에 진행된 이주노동 집중탐구학교 강좌가 지역과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이 글 말미에 강의자료 전체 파일과 영상을 간편하게 정리해두었다. 한편 지난 6월 24일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이후, 그동안 가려져 왔던 이주노동과 불법파견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조명받고 있다. 오는 8월 17일 희망버스가 아리셀로 향한다. 제대로 된 안전 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던 죽음의 공장, 탈출구를 찾지 못해 화염 속에서 죽음을 당한 이주노동자를 추모한다.
현대판 노예제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지난 5월 9일 ‘변화하는 이주노동 집중탐구학교’ 1강을 시작으로 7월 11일까지 총 5강에 걸친 상반기 강좌가 일단락되었다. 다양한 영역과 부문에서 참가가 이루어졌고 5차례 강좌에 온/오프라인 참여 연인원 100명을 충분히 상회할만큼 적지 않은 관심을 확인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하나된 노동자로 단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소중한 시도였다.
1강에서는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정영섭 집행위원을 강사로 ‘고용허가제 쟁점과 대안 입법화 방향’에 대해 다루었다.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기존의 산업연수생 제도를 대체했지만, 이른바 ‘현대판 노예제’라 불릴 만큼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핵심적으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강사는 현행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살피며 도입과정 개선,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 체류권/주거권/건강권/노동권 보장, 이주노동제도 통합 등을 소주제로 개선 방안을 제기하며 ‘권리보장형 노동허가제’를 대안으로 검토했다.
이주노동운동은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과제
2강에서는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김희정 지회장을 강사로 ‘이주노동자 투쟁 역사와 노동조합 운동의 전망’에 대해 다루었다. 강사는 한국인의 해외 이주역사와 경험을 시작으로 현재까지의 전체 이주노동 역사를 통사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1995년 네팔 산업연수생의 명당성당 농성, 2000년 ‘이주취업의 자유 실현과 이주노동자 노동권 완전 쟁취를 위한 투쟁본부’ 건설과 2001년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 이주지부로의 전환, 2002년 대구 성서공단노조 설립, 2003~2004년 380일간 이어진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쟁취’ 명동성당 농성과 2005년 서울경기인천 이주노조 출범 등 이주노동운동의 굵직한 분기점이 되었던 역사적 순간을 함께 짚어가는 시간이었다.
이와 함께 이주노동운동을 함께 만들고자 노력해온 민주노총과 가맹, 산하조직의 다양한 사례 공유와 향후 전망에 대한 검토가 이어졌다. 농어업/선원/계절 이주노동으로 다변화한 현실 속에 이주노동 의제가 ‘급한 일 뒤에 하는 연대 혹은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밀려난 건 아닌지 반성적 평가도 있었다. 광범위한 의제를 축약하여 전체 노동운동의 맥락 소개와 함께 진행한 2강은 비정규 불안정노동의 주체로 이주노동자를 재인식하며 이주노동운동을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과제로 삼아야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사진 : 2022년 6월 비닐하우스 숙소 산재사망 속헹 씨 추모 기자회견 모습. 출처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앞선 1, 2강이 제도 개선 방안과 투쟁 역사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3강은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로 듣는 이주노동 현황과 실태’를 다루었다.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차민다 부지회장,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를 대신하여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 전남 해남 계절이주노동자의 사례 발표와 실태 증언이 이어졌다. 눈물을 보이는 참가자도 있을 만큼 증언의 내용과 현장의 모습을 담은 시청각 발표 자료는 충격적이었다. 이와 함께 우리의 민주노조운동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떠올리며 모두의 가슴을 짓누르는 부끄러움 역시 동반하는 증언이었다. 폭언, 폭행, 협박, 임금 갈취와 체불, 카드 탈취, 열악한 숙소와 노동조건 등 당사자의 직접 증언과 발표를 통해 말로 다할 수 없는 각종 권리 침해 사례를 생생하게 들으며 참가자 모두가 숙연해지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모두 이주노동자
6월 27일 이어진 4강에서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를 강사로 ‘한국 사회 이주여성과 노동’에 대해 살펴보았다. 강의는 지난 6월 24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로 희생된 이주노동자들을 추모하며 시작되었고, 1970년대 독일로 향한 한인 간호요원 강제송환 반대 체류권 쟁취 서명운동 사례를 통해 ‘우리는 모두 이주노동자’라는 공통의 인식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이주여성의 평등한 권리 쟁취를 위한 과제와 방향을 중심에 두며 논의가 이어졌다.
[사진 : 2024년 2월 16일 여성가족부 결혼이주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및 차별철폐 촉구 기자회견 모습. 출처 공공운수노조]
이주여성의 다양한 체류 형태, 이주여성 노동 현장의 사례, 해당 사례가 선주민과 다른 이유를 한국 사회의 다양한 맥락에서 살펴보았고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확대재생산하는 정책과 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핵심적으로 살펴보면, 한국 사회의 ‘젠더화’된 이주 노동은 한국 정부의 외국인 정책 기조와 송출국의 정책이 맞물려 발생한다. 이주여성에게 결혼이주를 제외한 다른 형태의 이주 기회가 제한적이며, 정책 초점이 ‘다문화 가족’에 맞추어져 있어 결혼이주여성의 제반 권리가 한국 남성과의 관계에 따라 종속되는 문제가 있다. 4강은 실재했음에도 그동안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어두운 면을 돌아보게 했다. 또한 노동의 관점에서 결혼이주여성의 권리와 사회제도적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더 아래로, 더 왼쪽으로
‘변화하는 이주노동 집중탐구학교’ 강좌의 마지막 순서 5강은 ‘이주노동자, 이렇게 조직하자! 250만 이주민 시대, 노동운동의 과제’에 대한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김헌주 소장의 ‘이주노동자 조직화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자’는 주 발제를 시작으로 이주노조 정영섭 활동가의 ‘이주노조의 성과와 한계 짚어보기’,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김호중 지부장의 ‘건설현장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기’, 금속노조 송민영 전략조직국장의 ‘금속노조의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배경과 이후 조직화 전망’ 토론이 이어졌다. 김헌주 소장은 지금까지의 이주노동운동을 개괄하며 이른바 ‘지원사업’의 의의와 한계를 짚어냈다. 이를 통해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계급적 성격을 분명히 하는 조직화 필요성과 ‘당사자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 문제가 전체 건설노동자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는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이 이주노동자를 ‘불법인간’ 취급하며 배제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건설노조 김호중 지부장은 토론을 통해 정주노동자들이 가지는 불안감과 자본에 의해 왜곡된 건설현장 구조, 이로 인한 차별적 인식이 존재함을 설명했다. 토론자와 참가자들은 종합된 의견으로 정주/이주노동자의 단결투쟁은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하는 과제임을 함께 인식했다. 국적과 인종을 넘어 이주노동자를 조합원으로 적극 조직하고 이를 토대로 계급적 단결의 대원칙 속에서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아래로, 더 왼쪽으로 나아가 건설노동자를 포함한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서로의 동지로서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공동투쟁으로 탄압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정주/이주, 등록/미등록으로 노동자를 갈라치는 정권과 자본에 맞서 모든 노동자가 하나로 뭉쳐 싸울 때 노동조합에 대한 억압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도 함께 극복해낼 수 있다.
[사진 : 8.17 죽음과 차별을 멈추는 아리셀 희망버스 웹자보. 출처 : 희망버스 기획단]
이주노동자는 보이지 않는 사슬에 매인 신세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없어 회사가 싫어 죽겠어도 떠날 자유가 없는 상황이다. ‘역설적 자유’를 찾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이 아리셀 참사 현장에서 어떻게, 왜 죽어가야 했는지, 우리 노동운동은 스스로에게 엄중히 되물어야 한다. 노동자가 가진 힘은 전체 노동자의 집단적 단결에 기초한 ‘연합적 힘’이다. 그렇기에 미등록 노동자의 노동권과 체류권을 둘러싸고 계속해서 벌어지는 갈등은 노동운동이 자본과 정권의 분할 책동에 제대로 맞서 싸우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운동과 조직화는 여전히 모범답안을 쉽사리 제시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지역과 현장에서부터 오로지 광범위한 연대와 적극적인 조직화, 실천적 결단이 풍부하게 이어질 때만 ‘연합적 힘’을 발휘할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우리의 운동도 연대도 물의 흐름을 배워야 한다. 불안의 끝에서 절망하는 이주 동지들에게 더 이상 숨지 말고 우리와 함께 싸우자고, 이렇게 살 순 없지 않냐고 어깨동무하는 실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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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글 드라이브
2) 텔레그램 채널
* 3강은 정리된 ‘자료집’ 형태로 존재하지 않음. 따라서 참고자료와 일부 증언 사례 정리로 대체.
2. 전체 강의영상 다시 보기
1) 1강 영상(고용허가제의 쟁점과 대안 입법화 방향) : 영상 부재.
2-1) 2강 영상(이주노동자 투쟁의 역사와 노동조합 운동의 전망)
2-3) 2강 참고 영상(명동성당 농성단 해단식 결의)
2-4) 2강 참고 영상(고용허가제가 낳은 이주노동자 현실)
2-5) 2강 참고 영상 중 ‘독일의 한국 이주노동자'는 저작권 문제로 강의자료 통합본 압축파일에 별도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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