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세 번째 이야기③] 우리가 몰랐던 배달 라이더 노동자 3편
-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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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지금까지 들었을 때, 현장에서의 배달 노동자 안전 이슈, 최저임금 인상 등 임금 이슈가 정작 라이더들에게 녹아들기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현장 노동자로서 배달 노동자들이 어떤 이유로 수입에 대한 고민 말고 다른 이슈에 관심을 가지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시나요?
A7. 가장 큰 이유는 배달 노동자들 스스로가 이 직업에 대한 소속감이 없다는 것이 문제겠죠. 직전 답변에서도 잠깐 설명했듯이 오토바이 배달업계에 뛰어드는 분들이 배달 노동자로서 장기적인 직업계획을 가지고 들어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의 권리주장, 안전 문제 해결, 실질적 임금인상이 되면 당연히 좋죠. 크게 보면 결국 우리 배달 노동자들의 삶이 윤택해지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배달 노동자는, 특히 젊은 라이더들일수록 이 직업에 대해 장기적으로 전망하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잠깐 목돈을 벌거나 지나가는 시기인 거죠. 내일 당장 바뀌는 것이 아니라면 배달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좋아지고 권리가 높아지고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겁니다. 배달 수입이 떨어지고 다른 직종이 유행하면 그 직종으로 갈아타면 그만이니까요. 흔히 배달 노동자를 ‘딸배’라고 합니다. 사회적으로 ‘언제까지 오토바이 탈래?’라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당연히 배달 노동자 자신도 이 직종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알고 있죠. 지금 당장 수입이 아니면 위험하기만 하고 오래 할 일도 아닌 라이더를 지속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오토바이 타는 것이 좋아서, 배달받는 고객님의 행복한 표정을 볼 때 보람을 느껴서 이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니 수입 말고 다른 이슈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요.
애초에 라이더라는 직업이 진입장벽이 굉장히 낮습니다. 면허증 하나만 있으면 되거든요. 오토바이도 사무실에서 빌려 타면 됩니다. 특수한 자격증도 기술도, 학력도, 초기 투자금도 아무것도 필요가 없죠. 아르바이트와 거의 비슷합니다. 지금 당장 취업에 대한 준비도, 가진 것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소위 투자 대비 효율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높은 직업인 것이죠. 일반 아르바이트에 비해서, 오히려 일반 사무직에 비해서 벌이가 나쁜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배달 노동자는 비슷한 특수 고용 노동자 중에서도 직업에 대한 소속 의식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모든 직종 중에 최하위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함께 모여서 한목소리로 뭔가를 바꿔보자 외치기가 어렵다를 넘어 거의 불가능한 것이죠. 예를 들어 저희와 비슷한 운송업인 화물연대나 택배노조 같은 경우도 TV에서 많이 봤는데요, 그분들은 화물차와 같이 본인들이 투자한 금액이 있기 때문에 묶인 것이 있고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만큼 소속감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달 노동자는 그런 것이 없죠. 자유롭습니다. 오토바이값 솔직히 몇 개월이면 뽑습니다. 안 하고 싶으면 중고로 팔아버리면 그만이죠. 중고 오토바이 수요도 계속 있으니까요.
저희는 스스로 개인사업자라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배달 사업을 하는 것이죠. 그만큼 서로에 대해서 무서울 정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경쟁자(?)로 생각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나마 일반대행 라이더의 경우 ‘내가 소속한 지역 사무실이 더 많은 계약을 따오고 일감을 가져오려면 나도 더 열심히 타야겠다.’ 하는 정도의 소속감은 있습니다. 다른 중개앱만 사용하는 라이더들은 그냥 자기 돈벌이에 집중하면 그만이지 굳이 다른 배달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신경 쓸 겨를도 필요도 없죠.
Q8. 어렵네요. 그러면 어느 직업이나 자기 직업, 직종에 대한 불만, 업계에서 이건 좀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있을 텐데요, 느끼시기에 어떤 점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8. 체계가 전혀 잡혀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유통구조가 전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예를 들어 저희가 받는 건당 수수료는 코로나 때에 비해서 오히려 깎였습니다. 일반 회사원으로 따지면 연차가 늘어났는데 오히려 연봉은 깎인 셈이죠. 짧게 봐도 저희 콜 수수료는 주가가 등락하듯이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임금이 시가로 정해지는 것이죠. 이런 직업이 어디 있습니까? 그마저도 배달 노동자들은 가격 결정구조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때그때 앱에서 정해주는 가장 효율 좋은 콜을 잡을 뿐이죠. 특히 위로 올라갈수록, 즉 중개앱, 배달대행사, 프렌차이즈 회사 같은 대기업들이 끼어있을수록 노동자들은 완전 깜깜이입니다. 이런 것들이 체계가 잡혀있어야 수수료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책정이 되고 어느 정도 기준이 있어야 라이더 입장에서도 ‘아 이래서 이 금액에 내가 이 거리를 가는 것이구나’라는 판단할 텐데 그런 것이 전혀 없는 것이죠. 모든 것이 불투명합니다. 일종의 코인 시장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요?
Q9. 네 답변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이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A9. 네 저도 인터뷰를 하다 보니 제가 굉장히 염세적인 답변만 한 것 같아서 죄송하긴 한데요, 당연히 저도 변화를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나 노동자들의 삶이 길게 봤을 때 발전하고 우상향해야 하는 것이 맞죠. 노동조합 가입하고 투쟁 열심히 해서 바꿀 수만 있다면 당연히 처우개선, 임금인상 좋죠. 싫어하는 사람 누가 있겠습니까. 다만, 배달 노동 업계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존의 노동조합 문법으로 바뀔 수 있는 판이 아닌 것 같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배달 노동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한국 사회에, 이 지옥에 가장 최적화된 직종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제일 처음 설명했었던 등장인물들, 고객까지 포함해서 이 업계에 참여하고 있는 모두가 욕망의 오토바이에 타고 질주하고 있는 거 같아요.
배달 노동자들은 이 업에서 내일이 없습니다. 승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봉협상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내가 하는 만큼 하루하루 벌어가는 것이죠. 개인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최근에 급락하는 혼인율, 저출생, 이 업계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승진, 늘어나는 연봉, 결혼, 출산, 가족, 안정된 미래 오토바이 배달로는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런 미래를 구상하는 분들은 빨리 목돈 모아서 투자나 개인사업을 하려고 하죠. 그게 아니면 막말로 다 포기하고 본인 몸 하나 건사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는 현재 구조에서 이만한 직업이 없는 것이죠. 불법적인 일만 아니면 밥 먹고 잠자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 돈 벌어야겠다 생각하면 최고죠. 노동강도가 심하게 힘든 것도 아니고 새벽이든 낮이든 내가 일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중개앱, 대행사, 대행업체, 거대 프렌차이즈, 일반 가게까지 더 설명할 필요도 없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이런 업체들이 살아남으려면 이윤을 가장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죠. 심지어 법적인 규제나, 체계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당연히 주가가 변동하듯이 시시각각 극한의 효율을 뽑을 수 있는 구조로 변동하는 것이죠. 대기업이 아닌 영세한 가게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분들 입장에서도 당연히 배달 비용(지출)이 가장 적게 나가는 것을 원할 테고, 잘되는 가게가 아니면 최후의 최후의 최후까지 사장님 본인이 직접 배달을 가려고 고민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이미 만들어진 지 오래되어 식은 음식을 놓고 배달 라이더를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라이더는 고객 컴플레인이나 환불에 걸리지 않기 위해 더 빠르게 더 위험하게 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어떻게든 배달 단가를 낮추게 하기 위해 대행업체 두 지점(지역 사무실) 사이를 경매 붙이듯이 경쟁시켜 배달 라이더가 가져가는 수수료를 후려치는 것은 기본입니다. 물론 가게 사장님들 개인의 탓은 아니죠. 구조가 이렇게 되어있으니 이 구조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겠죠.
고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달 노동자 안전을 위해서 현재 보통 3~5,000원 수준에서 책정 되어있는 배달 수수료를 10,000원으로 올린다. 배달에 걸리는 시간이 더 늘어난다. 이렇게 바뀌면 누가 좋아할까요? 아마 대부분의 고객이 배달을 이용하기보다는 직접 픽업해서 가져가거나 가게에서 드시지 않을까요? 그럼 배달 라이더들의 일감도 줄어드는 것이고 일자리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그럼 라이더들은 또 다른 투자 대비 효율이 높은 직업으로 갈아탈 겁니다.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런 인터뷰, 다양한 고민들, 노동조합의 활동들,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앞으로 배달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업계의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Q10. 네 배달 플랫폼 노동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많지만, 그만큼 많은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10. 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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