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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세 번째 이야기②] 우리가 몰랐던 배달 라이더 노동자 2편



 

Q4. 그렇다면 수수료를 안 떼어가는 중개앱을 통한 라이더가 유리하지 않나요? 일반대행은 왜 존재하는 건가요?


 A4. 많은 배달 노동자가 지점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앱 다 켜놓고 일합니다.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겸직 금지 의무(?) 같은 것이 없죠. 사무실 콜과 중개앱 콜을 보고 각자 판단하에 유리한 대로 골라서 콜을 잡아 일하는 시스템입니다.


 일반대행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두 방식의 결정적인 차이는 주문중개앱을 통해 받는 콜은 한 번에 한 건의 배달만 수행합니다. 반대로 일반대행 콜은 여러 건의 배달을 한 번에 받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죠. 중개앱을 통해 받는 콜은 하나를 잡으면 다른 주문을 동시에 잡을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한 건의 배달을 완료해야만 다른 콜을 잡을 수 있죠. 대신 한 건당 받는 수수료 금액이 일반대행 콜에 비해 조금 더 높습니다. 일반대행 콜은 여러 건의 콜을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가게와 고객(배달받는 곳)의 위치를 보고 배달 노동자 본인의 판단하에 동선이나 이동시간을 고려해서 여러 건의 콜을 잡아놓고 한꺼번에 돌 수 있는 것이죠. 당연히 위험도는 폭증합니다. 여러 곳의 배달을 동시에 가다 보니 가장 마지막으로 배달되는 주문의 음식이 식거나, 고객이 배달이 늦다고 컴플레인을 거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신호 무시, 곡예 운전을 하는 것이죠.


 그러면 왜 안전한 중개앱 콜을 놔두고 일반대행 콜을 탈까요? 효율성과 돈입니다. 아무리 중개앱을 통한 콜의 건당 수수료가 조금 더 높다곤 하지만 일반대행 콜의 효율성을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가게와 고객을 한 번에 한 건만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모여있는 곳에서 동시에 받아 여러 건을 한 번에 처리하는 것. 시간당 처리하는 콜 수는 점점 벌어집니다. 물론 동시에 몇 개의 주문까지 처리할 수 있는지는 배달 노동자 본인이 얼마나 더 위법을 저지르면서 실력(?) 있게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느냐에 따라 개개인별로 다릅니다. 그래서 보통 초보분들은 중개앱 콜을 안전하게 주로 탄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라이더들이 배달대행업체 콜 보다는 중개앱 콜을 우선시하고 점점 지점 소속을 그만두고 중개앱 배달만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대행업체 지점들은 그 지역 가게를 얼마나 많이 따오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 출혈경쟁을 합니다. 가게 사장님한테 건당 수수료를 점점 낮게 받는 쪽으로 계약을 따오는 것이죠. 배달 수수료를 지출하는 가게 사장님 입장에서도 더 적게 받는 지점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겠죠? 그러면 당연히 라이더가 가져가는 건당 수수료도 적어지는 것입니다. 당장 저만해도 2년 전보다 건당 가져가는 수수료가 오히려 깎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라이더들도 판단하는 것이죠. 건당 이 돈 받고 위험하게 배달하느니 차라리 중개앱을 통해서 안전하게 배달하는 것이 유리하겠구나 하고요. 아무리 신호 무시, 곡예 운전을 하는 라이더라도 본인 목숨 소중한 줄은 알고 있습니다. 꼭 죽지 않더라도 사고가 나면 수리비, 치료비, 보험료 할증 등 지출이 많아지니 손해가 막심하기도 하고요. 서울은 지점들의 출혈경쟁 때문에 오히려 라이더들이 지점에 소속되는 것을 기피해서 지금은 절대다수가 중개앱 라이더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부산은 아직 그렇지 않은 상태이고요. 그래서 일부 지역은 지점장들끼리 특정 금액 이하로는 낮추지 말자고 담합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Q5. 배달 노동자를 이야기할 때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앞선 답변에서 라이더들도 안전에 대한 생각을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노동조합 등의 방법을 통해 배달 노동자의 안전이나 최저임금 같은 권리를 요구하고 높여나가는 것에는 노동자들이 관심이 없나요? 예를 들어 라이더 유니온에서는 배달 노동자 안전과 관련해서 ‘배달대행업체 등록제’, 안전교육 이수와 유상보험 가입, 이륜차 면허 소지를 포함하는 ‘라이더 자격제’, 기상에 따라 기상할증, 거리 제한, 주문 중단 등의 조치가 가능한 ‘기상악화 대응 매뉴얼’ 등을 주장합니다. 현장에서 노동조합의 권리주장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합니다.


 A5. 최근에 홍보가 많이 되어서 많은 배달 노동자가 노동조합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노동조합에서 어떤 정책을 요구하는지, 어떤 의제를 가지고 활동하는지 세부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드물죠. 저도 안전과 관련해서 ‘라이더 자격제’와 ‘보험 없는 라이더, 번호판 없는 라이더, 법규 위반 라이더 근절’ 등의 노동조합의 주장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관심이 없습니다. 실현할 수 있을 거 같지 않거든요. 다른 라이더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동조합의 주장에 대한 제 생각은 차라리 오토바이 번호판을 오토바이 뒤가 아니라 앞쪽에 달아야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단속카메라에 찍히니 불법은 사라지겠죠.


 라이더들이 위험한지 알면서도 왜 신호 무시, 곡예 운전을 할까요? 신호 지킬 거 다 지키고 운전 법규 준수하면서 배달하면 수익은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면 라이더 안 하죠. 오토바이는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본인이 신호, 교통법규를 다 지켜도 일어날 사고는 일어납니다. 그런데 수입마저 얼마 안 된다? 차라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지 오토바이 안 탑니다.


 아, 그리고 많은 분이 산재보험 적용이 안 되는 줄 알고 있는데 배달 라이더 산재보험 적용됩니다. 산재, 고용보험 수수료가 합쳐서 콜 한 건당 0.1%씩 빠져나갑니다. 공단에 반은 저희 배달 노동자가 내고 반은 배달대행사 본사, 그러니까 부릉, 바로고 같은 회사가 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상악화 대응 매뉴얼도 수요와 공급 논리에 따라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천 할증은 기본금이 정해져 있고요, 제 기준 건당 500원 더 받습니다. 일반대행 사무실의 경우 기상악화가 너무 심하면 사무실에서 앱으로 배달 불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중개앱의 경우에는 배달 라이더가 많이 나오지 않으면 경매처럼 배달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그래도 아무도 안 나오면 배달이 불가하거나 너무 오래 걸리니 개별 가게에서 중개앱을 통해 배달 불가 처리합니다.


Q6. 그래서 배달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등 배달 노동자의 수입을 높여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과 논의가 있습니다. 건당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의 방식으로 배달 노동자가 벌어가는 돈을 높이면 더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A6. 제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배달의 민족에서 월급제 배달 라이더를 모집한 사업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집된 라이더가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한 명도 없고요. 지금도 월급제 라이더를 모집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안정적인 월급을 보장해 주면 아무래도 굳이 위험하게 탈 필요도 없을 것이고 안정성도 더 올라갈 텐데도 왜 안 할까요?


 최저시급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제 경우에 현재 대략 20,000원 정도의 시급을 벌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6일 월 25일 일하면 월 4~500만 원은 가져갑니다. 물론 월 25일을 출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월평균 3~400만 원을 벌고 있습니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유지비도 사고만 안 나면 기름값 말고는 딱히 없기 때문에(밥값은 제외하고요) 수입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가진 스펙과 노력에 비해 이 정도면 많이 벌 수 있는 직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교통법규 다 지켜가면서 일하면 절대 이렇게 못 벌죠. 그래서 위험수당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또 아주 많이 번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딱 정당한 것 같아요.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그래서 저희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아닙니다. 최저임금 얼마인지도 정확하게 모르겠네요. 9,600원 정도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 제 기준으로도 최저임금보다는 훨씬 많은 시급을 가져갑니다. 보통 라이더들이 본인의 시급을 계산하면서 이 일을 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죄송하지만 정말 초보 라이더분이 아닌 다음에야 ‘최저임금이 얼마니까 그래도 그 이상은 벌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타는 라이더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당연하게 최저임금보다는 많이 벌어가니까요.


 최저임금 말고 라이더 최저 수수료 같은 것이 생긴다면, 즉 배달 노동자가 받는 건당 수수료가 인상된다면 그건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현재 일하는 시간 대비 비슷하게 벌 수 있거나 많이 벌 수만 있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타겠죠. 자기 목숨 소중한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이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배달 라이더의 수수료를(배달비를) 올리면 중개앱과 가게들은 가만히 있을까요? 당연히 인상분을 반영하여 외식 물가가 올라갈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국민들이 반길까요?


 그래서 월급제 같은 방식이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월급제로 들어가도 최저임금 수준일 것이 뻔하고 그럼 배달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절대다수의 배달 노동자가 월급제 포기하고 더 벌기 위해서 소위 말해 ‘파이팅 있게’(신호 무시, 법규 위반) 탈 겁니다.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제 주변 라이더들의 경우 아주 오래전부터 배달일을 업으로 해오신 분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코로나 전후 시기에 ‘코로나 특수’를 노리고 들어온 분들이 많습니다. 사업, 투자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면 당장의 생활고와 빚을 타개하기 위해서 등 각자의 사연과 이유는 다 다르겠지만 소위 말해 ‘한탕’을 노리고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팬데믹과 코로나 특수가 같이 끝나고 많은 라이더가 업계를 떠났지만, 여전히 위험을 감수하고 배달 라이더를 한다는 의미는 안전도 중요하긴 하지만 당장의 수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③ 화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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