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 번째 이야기] ‘적색이 녹색이다’
-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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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이 녹색이다 :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의 접근과 실천’
- 이영호(대구결집 집행위원장)
[편집자 주] : 전국결집 7월 소식지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대구결집은 '기후위기와 노동'을 주제로 기획강좌를 진행했습니다. 이승철 강사(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는 기후위기의 대안을 둘러싼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노동자계급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시장주의에 맞서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한 운동의 역할을 고민한 대구결집 이영호 집행위원장의 강좌 후기를 싣습니다. 대구결집의 기획강좌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지역과 현장의 고민이 확산되어, 노동자계급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이 만날 수 있는 하나의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모든 노동자는 기후위기 노동자다
지난 7월 4일,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대구결집이 ‘기후위기와 노동’을 주제로 기획강좌를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이승철 정책기획실장을 강사로 ‘적색이 녹색이다 :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의 접근과 실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기후위기라 하면 우리에게 흔히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등 물리적인 기상현상으로 표상되지만 이는 단지 환경, 과학, 건강권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환적’으로는 사회경제적 요인을 포함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위기가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력발전소 폐쇄 계획에 따른 고용 불안, 전기차 확대로 예상되는 완성차 일자리 감소와 부품사 물량 축소, 이상기후에 따른 노동안전과 노동강도 문제, 난기류와 탄소 증가에 따른 항공 안전, 친환경 공공교통 인프라 구축의 문제 등 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산업전환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기후위기가 계급적 문제인 이유
위기의 원인은 1차적으로는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대량 배출이다. 그러나 강사는 화석연료 사용을 추동하는 대량생산/소비 체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단지 온실가스 감축에 매진하는 탄소중립, 이른바 ‘탄소환원주의’는 결국 자본과 체제의 책임을 회피하는 시장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의 논의는 결국 기후위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강대국을 중심으로 한 불평등한 국제관계, 상위 20개 자본이 전체 온실가스의 35%를 배출하고 100대 화석연료 생산 자본이 1998년 이후 온실가스의 71%를 배출하는 현실, 소득 기준 세계 상위 10%의 인구가 라이프스타일 소비 배출의 50%를 차지하며 이는 한 국가 내에서도 대동소이하다. 강사는 이러한 자료 제시를 통해 기후위기의 책임을 국가와 초국적 자본, 가진 자들에게 물어야한다며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불평등한 기후위기를 낳고 기후위기는 계급적 문제임을 역설했다.
위기를 만드는 자와 피해를 보는 자
위기가 계급적 문제라면, 위기에 따른 피해도 계급적 문제이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수해 피해자, 자연재난에 의해 영향받을 위험, 이른바 ‘기후 난민’으로 표상되는 전 지구적 문제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강사는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을 언급하며 기후위기 대안의 ‘개인화’가 아니라 ‘사회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친환경 생활방식을 실천하는 것은 선한 일이지만 개인의 소비행위에 과도하게 책임을 넘기는 것은 자칫 기후위기의 주범인 정부와 자본의 책임을 가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주의의 역습
기후위기의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강사는 특히 시장주의적 접근 방식을 경계했다. 기업의 합리성, 시장경쟁 등의 논리로 기술혁신이 정치적 논쟁을 대체하며 대안적인 접근법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 담론 자체가 ‘탈정치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적 투자자 소유 모델의 재생에너지 산업구조는 그 자체의 한계로 이미 민영화(사유화)의 광풍이 불고 있다. 강사는 또한 이른바 ‘탄소세’로 불리는 탄소배출권거래제의 시장주의적 함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탄소배출에 세금이나 가격을 매기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에 실제 효과적이지도 않으며, 가격 자체가 이미 정치적 타협으로 ‘비용 논리’에 따라 산출되었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대자본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가격’을 하청업체와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국가는 탄소세 도입과 동시에 법인세/소득세를 인하하면서 오염자/수익자 부담원칙에도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
정의로운 전환
자본의 이윤 추구를 핵심으로 하는 시장 논리, 시장주의적 해결책은 노동자계급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강사는 ‘정의로운 전환’을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4가지 정의를 언급했다. 4가지 정의는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이 계급/계층별로 다르다는 ‘인지적 정의’, 인지적 정의에 따른 책임 정도에 따라 전환 과정의 부담을 져야한다는 ‘분배적 정의’, 전환 과정이 민간 자본의 이익 확대로 보편적 기본권과 사회공공성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실질적 정의’, 친정부 학자와 에너지 자본만으로 구성된 탄소중립위원회가 기만이듯이 기후위기로 영향받는 이해당사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평등하게 참여해야한다는 ‘절차적 정의’이다.
노동자계급의 대안
강사의 논의를 짚어가다보면, 결국 기후위기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담론에서 핵심 전선은 시장주의에 맞서 공공성을 지키는 투쟁이다. 재벌과 해외 투기자본은 시장주의 에너지 정책을 등에 업고 재생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방향이 틀리면 속도는 소용 없다’는 말처럼, 위기의 시대에 계급적 입장이 분명하지 않으면 시장 논리에 휩쓸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 단계에서의 논의는 일정 부분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한계가 명확하고 운동진영의 총체적 접근 역시 미흡한 수준이다. 그렇기에 기후위기를 또다른 시장주의로 덮어버리는 체제에 맞서, 우리의 대안으로 노동자계급이 주도하여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선도하려는 이데올로기 투쟁이 절실하다.
우선 노동조합 차원에서 기후위기는 노동조합의 이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전 조직적인 조합원 교육을 배치하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조합 단위의 사업을 발굴/집행/종합하며, 우리 산업/사업장/지역의 기후 이슈를 발굴하고 제기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정책적인 차원에서 기후정의 실현과 연결되는 산업정책, 일자리정책을 노동조합이 선도적으로 제기하고 투쟁을 배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후위기의 주범은 자본주의와 초국적 자본, 대량생산 체제에 있음을 분명히 하자. 기후위기를 초래한 이른바 ‘기후악당’에 맞서 반자본주의적 상상력이 노동자계급의 대안과 투쟁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지역과 현장에 밀착한 기후정의운동을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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